심령불량(제2화)

2025년 8월 1일 14:48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다음날 아침,
오전의 루틴을 처리하자마자
부리나케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피리소리를 듣고 정신없이 쫓아가던 쥐들 마냥!
그것도 오픈하기 20분이나 먼저!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었고,
미리 오신 할머니 한 분이 그 날의 1번이었습니다.
잠시 뒤,
직원 한 분이 출근을 했길래 바로 여쭤보았습니다.

저: 오늘 복부초음파 검사 할 수 있나요?
직원: 네, 가능하세요.

대답을 듣고 나자
어제 보았던 채널이 해마에 오버랩되었습니다.

"소화불량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쳐요!!!!"

갑자기 맥박이 요동을 쳤습니다.


진료까지 남은 시간 17분,
오늘따라 째깍째깍이 목발 신세인 거북이로 변신했는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겨우 1분,
또 한참 흐른 것 같은데 애걔 2분.
무중력 상태인 카이로스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를 수차례!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 내가 진짜 췌장암에 걸렸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 이 세상과 이별하는 그 날, 무엇이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 또 무엇이 가장 후회스럽고 안타까울까?
  • 또 뭐가 가장 슬플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런 마음이 왜 들었는지 참 생뚱맞게 느껴지는데요.
이전에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나
지난 번 위내시경을 할 때만 해도
그냥 걱정 없이 편안하게 받았거든요.

전신갑주에 대왕고래만한 구멍이라도 뚫린 걸까요?


창가에서 바라보니
눈부신 햇살 아래 뭉게구름이 떠다녔고,
그 위엔 사과나무도 보였습니다.
스피노자가 심어 놓았던 커다란 한 그루가.

"신동혁님! 2번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다음 서신에서 계속-

🖋 신동혁 올림
📅 2025년 8월 1일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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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8월 1일 15:00분

“사랑하는 동혁아, 한 치 앞도 모르는 시간 속에 주님은 너의 모든 걸음과 맥박까지도 알고 계시단다. 염려의 구름 너머,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는 영원한 약속을 꼭 붙들고 진료실 문을 힘차게 열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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