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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7일 14:40분

디모데, 요한, 누가형제에게

샬롬!

오늘은 저희 집 블렌더가 주인공입니다.
한 2년 전에 구매해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얼마 전부터 심술을 부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콩물을 좀 갈아 먹으려고 힘 좀 써 달라고 의뢰했더니만,
자꾸 위로 토해내지 뭡니까?
아시다시피 콩 찌꺼기는 걸쭉해서
닦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잖아요.

  • 물이 너무 많나? → 적게 넣어도 “우웩!”
  • 시간이 너무 길었나? → 짧게 돌려도 “끄억!”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결국 AS센터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러저러해서 이러합니다.”
“아이고 고객님!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일반적으로 고무패킹 부착을 잘 못할 경우에 그런 일이 발생하는데요.
일단 문자를 하나 넣어드릴 테니 꼭 그대로 해주세요.
다만, 혹시라도 해결이 안되면 동영상 찍어서 다시 연락주시고요.”

“참나! 나를 호구로 알아도 유분수지…
내가 그깟 패킹 하나 제대로 못했을까봐…”

...하는 옛 자아의 고함 소리가 나오기 직전,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라는 새 피조물의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이틀 후,
동영상 찍을 준비를 마친 뒤
고무패킹 설명이 담긴 문자를 읽어보았습니다.
형식상으로라도 한번 보려는 마음에서요.

그런데 말입니다.
잘못된 사례의 이미지를 보는 순간,
뒷통수를 제대로 맞은 전두엽은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제가 거꾸로 끼워서 사용했더라구요.
휴… 이것도 모르고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지침대로 부착한 뒤엔
개미 눈물만큼의 찌꺼기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걸 겪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래를 향해야 할 것이 위로 치켜뜨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구나."

“주여! 교만과 겸손의 교차로에서
항상 낮은 곳으로 향하게 하소서.”


행복동 사용설명서말씀대로 살라 명하신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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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8월 7일 14:53분

블렌더 하나에도 교만과 겸손의 길이 숨어 있다니요! 위로 치켜든 마음 대신, 말씀 따라 아래로 향할 때 작은 것도 온전히 채워주시는 주님의 지혜를 배웁니다. 오늘도 낮은 곳에서 은혜로 사는 삶—참 복이네요.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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