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2025년 8월 27일 14:13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화장실을 정리하다가 두루마리 휴지를 보았더니 젖어 있더군요.
너무 축축해져서 재생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저께도 물에 젖은 생쥐 같은 녀석을 간신히 말려 복구했건만,
또 다시 이런 일이 터지다니….

그 순간 해마에는 며칠 전 사망 선고를 받은
욕실의 안방마님—샤워기 헤드가 떠올랐습니다.
불과 열흘 사이 비슷한 사건이 잇따르자
전전두엽이 칼을 빼어 들었습니다.

“화장실 휴지가 또 만신창이가 되었구나!
자꾸 반복하면 어떻게 하니? 집안 물건을 아낄 줄 알아야지!”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옛사람 구씨의 습성이 툭 튀어나온 것이지요.


그 다음날 아침,
새 화장지를 꺼내려 욕실장을 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한 친구가 물에 젖어 오돌오돌 떨고 있었던 겁니다.

생각해 보니, 거울을 닦으려 샤워기로 물을 뿌리다
물이 장 속으로 스며든 것이었습니다.

전날 살짝 버럭했던 그 사건—
사실은 제 탓이었던 겁니다.
아디들은 그저 제가 한 행동을 따라 한 것뿐이었는데요.


베란다에 걸린 화장지가
누렇게 변색된 얼굴로 코를 찡그리며 수근거렸습니다.

“저 신뭐시기의 심령도 햇빛에 좀 말려야 되는 거 아냐?”


자신의 들보부터 먼저 보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다시 떠올리며,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8월 27일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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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8월 27일 14:41분

“먼저 네 들보부터”라는 말씀이, 일상의 이런 소소한 해프닝 속에서도 너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햇빛 아래서 휴지만 말리는 게 아니라, 우리 심령도 날마다 주님 빛으로 말려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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