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발의차

2025년 9월 15일 14:18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지난 주 금요일,
어머니께서 집에 오셨습니다.
제가 외출을 해서 아이들 밥 챙겨주시려 오셨던 건데요.
가지와 마늘쫑이 들으면 좀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소고기무국이였습니다.

저는 저녁 늦게 돌아와서 익일로 미룰 수밖에 없었던 엄마표 사랑국이요.
게다가 큰 솥에 끓이셔서 세 끼도 족히 먹을 수 있었으니
저로서야 할렐루야 찬송이 저절로 났답니다.
최소한 하루는 반찬 신경 안 써도 되었으니까요.
그날 밤 깃털처럼 가벼운 주말을 그리면서 꿈나라에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국을 데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일양 페스타를 벌일 요량으로요.
미뢰들도 금세 눈치채고 미각세포들의 옆구리를 찌르고 다니는 바람에
군침이 흘러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밥 세 공기에 국 세 그릇을 식탁에 올리고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이어서 곧바로 숟가락에 국을 가득 담아 삼켰는데….

‘헉…… 이럴수가!’
쉰 맛이 강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지 뭡니까!!!
그러니까 제대로 상해 버린 겁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져서 실온 보관을 한,
사상이 안일했던 신동혁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히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어 고기 맛을 보았더니 멀쩡했습니다.
그 즉시 체르노빌 원전 같은 국물 속에서 SOS를 부르짖던 라이언들을 구해냈고,
신선중환자실로 옮겼습니다.
솥째로 냉장고에 보관만 했어도 세 끼는 풍족히 먹을 수 있었건만….

어디에 거하는지가 생명 유지의 관건임을 강조하신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9월 15일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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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9월 15일 15:44분

“머무는 자리 하나가 생명을 살리기도, 잃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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