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스펜스
2025년 9월 22일 13:52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어제 아이들과 저녁식사 중,
막내가 첫째에게 그러더군요.
“형네 학교 망할 수 도 있어?”
입 속까지 전방 2mm를 앞두고 있던 숟가락이 깜짝 놀랐습니다.
삼부자네 식탁에서 SF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주제가 등장할 줄은 몰랐으니까요.
저 강원도 산골 뭐뭐리도 아닌, 서울을 지척에 둔 50만 도시인 김포에서
고등학교의 폐교를 논하다니….
아버지는 태평양 만한 의아함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그 말을 들은 형이 어의없다는 듯 반박했습니다.
아테네 학당에서 나름 논리 좀 한다는 톤앤매너로,
“얘이, 내가 봤을 땐 완전 불가능해. 우리 학교 에어컨이 얼마나 빵빵한데….
망할 것 같으면 그걸 어떻게 켜겠어!”
여름 내내 24시간 가동할 정도로 풍성한 학교임을 언급하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젓가락을 놀렸습니다.
그 말을 듣던 둘째왈,
“어 정말이야? 우린 아끼느라고 여름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별안간 망해가던 교정이 선망의 대상으로 거듭났습니다.
상황이 역전된 가운데, 첫째왈,
“내가 몇 번을 껐는지 몰라 사람이 없어도 틀 정도였다니까!!!”
느닷없이 에어컨이 부의 척도가 되어 버린 밥상에서
둘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인구감소가 지속되면 대도시들의 학교도 점차 사라질 것이고,
진짜 영화에서나 보던 유령마을이 생기는 날도 오겠구나….’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막을 방법조차 없다는 것이 더 아찔했습니다.
오! 주여!
다행히도 히치콕의 스릴러 같은 애굽에서 탈출케 하신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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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막내의 순수한 호기심, 형의 논리(?) 가득한 반박, 그리고 둘째의 현실적인 반응까지 삼부자의 캐릭터가 확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