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주곡

2025년 9월 24일 15:08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비가 오네요.
이런 날씨가 되면 두 가지가 신경쓰입니다.
하나는 작은 방의 천장, 또 하나는 아이들!

전자는 물이 떨어진 뒤에 생긴 일종의 트라우마(?)인데요.
전문가 분들이 오셔서 코킹작업을 했는데도 편도체에는 아직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나보더라구요.
날씨만 흐려도 즉각적으로 시그날이 가동되어 전두엽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답니다.
게다가 오늘처럼 빗줄기라도 거세지면 확인해보라고 닥달을 하구요.

후자는 두 아이가 생쥐로 변해 올까봐 우려가 되어서 그런거구요.
우산을 가져가면 그나마 괜찮지만 아닐 경우는 챙겨주어야 한다는 귀차니즘(?)도 발동됩니다.

아무리 번거로운들 아이가 비 쫄딱 맞는 것은 막아야 하는 법!
오늘은 우산을 챙겨서 학교에 갔습니다.
교무실에 미리 전화를 해서 끝나는 시간도 확인했구요.
혹시 몰라 미리 도착하려고 반시간 전에 출발을 했는데요.
다행히 빗줄기가 약해져서 이동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발을 뻗었습니다.
아들을 만날 생각에 우산을 흔들며 들뜬 마음으로 보폭을 옮기는 중,
망막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눈에 아주 익은 실루엣의 소년이 눈에 들어왔거든요.
2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요.

순간, 교문 앞에서 짜짠하고 나타나는 깜짝쇼는 카퍼필드의 비둘기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대신 비를 쫄쫄 맞으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심령에 들어왔구요.
다급한 마음에 빨간 불에 길을 건너갈 뻔했다니까요.
음… 그래도 저를 보고 웃는 아들의 얼굴을 보니 어찌나 기쁘던지!
또한 우산 하나 건너 준 게 뭐 대단한 것 마냥 뿌듯해지더라구요.

아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돌아오는 길가에선
가로수들이 합창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임 싱잉 인 더레인~”

비와 우산과, 아들과 4중창의 하루를 예비하신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9월 24일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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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9월 24일 19:23분

“아임 싱잉 인 더 레인~”이라는 마지막 멘트가 오늘 하루의 멜로디처럼 귀에 맴돕니다. 🎶 주님이 예비하신 4중주의 조화로움에 함께 아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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