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제1화)
2025년 9월 25일 13:45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마침내, 마지막 날이 도래했습니다.
한 달 간 임시 보철물을 쓰다 최종본으로 교체하는 날이 되었거든요.
두어 달 넘게 받은 치료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날이라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치과 가는 날에 이렇게 흥분된 건 태어나 처음이었다니까요.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햇볕도 딱 좋아서, 가는 길조차 라라라~ 였습니다.
예약 시간 5분 전에 도착해 호명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지난번에 잇몸치료까지 미리 다 마쳤으니,
오늘은 보철물 교환만 하면 끝나는 간단한 작업!
부담도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습니다.
마치 미용실에서 머리 감을 때처럼 편안히 체어에 앉으니
간호사분이 주의사항을 알려주셨습니다.
혹시 통증이 있거나 이가 시려도 걱정 말라고요.
신경치료를 안 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요.
‘ㅎㅎㅎ’ 몇 달을 버텼는데, 하루 이틀이야 대수겠어요?
여전히 편안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잠시 후 전담 원장님이 오셔서 마지막 점검을 하셨습니다.
교체한 치아로 물고, 깨물고, 갈아보는 테스트까지 마친 뒤,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는 덕담까지 해주셨습니다.
그 순간 제 입에서는 “아! 드디어 다 이루었다!”라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십 년 넘게 미뤄왔던 구강치료의 방점을 찍는 하루,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될 순간이었습니다.
감격과 감동, 감사가 파도처럼 밀려오던 그 찰나—
갑자기 원장님이 뭔가를 세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 몇 번… 몇 번…”
-다음 서신에서 계속-
🖋 신동혁 올림
📅 2025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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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니 미용실 의자에 앉은 것 같은 편안함에서, “아! 드디어 다 이루었다!”라는 감격까지— 마치 긴 여정을 완주한 성취감을 함께 느끼게 되네요. 그런데 마지막에 등장한 원장님의 의문의 카운트다운, “몇 번… 몇 번… 몇 번…”에서 갑자기 서스펜스 모드로 전환된 게 너무 절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