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체험(제4화)
2025년 10월 16일 21:34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콜라도, 떡만두국도, 세트에 따라 나온 순대국 국물도—
화마가 춤추는 위장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전투력이 바닥난 아이들은 항복을 선언했고,
전황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습니다.
매운 것도 매운 거지만,
양은 또 어찌나 많은지…
아무리 먹어도 끝도 없이 등장하는 순대는
한국전쟁 때 중공군의 인해전술 같았습니다.
“오 주여!”
곱창을 한 점 집으면 소장에 화염이 휩싸이고,
간을 한 점 고르면 생간에 불이 번졌습니다.
“얘들아! 그렇게 냉수만 들이키면 어떻게 해?
이거 이렇게 많이 남았잖아.
아빠 혼자선 너무 많아서 먹을 수도 없어요….”
“너무 매워서 도저히 못 먹겠어요.”
“저도요.”
“…….”
히로시마의 리틀보이와 나가사키의 팻맨이 속을 뒤집어 놓을 때마다
마라탕집의 꽃빵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음식을 보니 어찌나 후회가 막심하던지요.
‘그냥 원래 계획대로 했으면 좋았을걸….’
‘김밥 10줄을 살 수 있건만 이런 곤욕을 치르고 있다니….’
불어터진 당면과 그 안에 엉켜 있는 순대와 곱창을 보니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신라면도 매워 잘 못 먹으면서
그것보다 훨씬 더 매운 요리를 아이들만 믿고 주문한 것 자체가
현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애 최초 매운순대볶음 체험은,
위장에 잿더미가 날아다니는 교훈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며칠간 배탈 + 설사 + 소화불량에 시달린 것은 원플러스원이었구요.
위장과 심령을 동시에 정신 번쩍 들게 하신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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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 편지는 거의 “위장 판 요나의 회개록” 같습니다. 다음엔 꼭 꽃빵의 평강이 함께하길… 🌸